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수녀

이슬비! 2014. 3. 4. 17:16

 

 

 

♣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수녀

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