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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도

이슬비! 2020. 8. 27. 11:09

 

 

가끔은 나도

이름 모를 일몰의 바다 한켠에서

짧은 시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긴 말들을

줄줄이 매달린 해초의 이파리들처럼

흐르는 물에 풀어 놓고 싶다.

 

 

가슴 저린 사랑이야기가 아니라도 좋다.

살아가는 이야기들 중에

작은 그림하나 그리고 싶은 얘기라면

수평선이 보이는 넓은 바다에 풀어 놓고

출렁일 때마다 행복한 소리로 웃고 싶다.

 

 

가끔은 나도

가본 적 없는 조그만 항구에서

바윗돌에 널브러진 멍게, 해삼을 바라보며

통통배 소리에 가슴이 들뜬 시인처럼

일탈의 일기에 느낌표를 찍고 싶다.

 

 

오래 기억될 이야기가 아니라도 좋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귀를 기울여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눈을 감아줄 수 있다면

파도소리 철썩이며 달려오는 부둣가에서

하루를 마감해도행복할 것이다.

 

 

가끔은, 가끔씩 나도

건조하고 지루한 삶과 동떨어진 곳에서

대책 없이 웃으며 마냥 행복하고 싶다.

 

글 /  김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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