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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가 된 그대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편지를 씁니다. 한 장에는 오색 낙엽을 붙이고 또 한 장에는 석류빛 하늘을 오려 붙여 울컥 치미는 그리움을 담지만 결국 서랍속에 잠을 재웁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가슴을 알싸하게 하는 그대 국화향 풀풀 뇌수를 자극할 때면 당신의 영상에 하루가 휘청거립니다.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편지를 씁니다. 또 한 장에는 풀빛 추억을 넣고 마지막 한 장에는 사랑보다 긴 이별을 넣으며 끙끙 앓았던 심정을 토하지만 또 다시 서랍속에 주저 앉힙니다. 불러도 목말랐던 이름, 기억 저편에 사라졌다 했건만 갈바람 솔솔 살갖을 간지럽히면 당신의 흔적과 투쟁을 해야 합니다. 가을이 되면 편지가 된 그대는 그렇게 지켜 보고 있습니다. 내 사랑의 에스프리를..... 글 / 김민소

2021.10.23

가을 노래/이해인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을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네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웅큼의 시(詩)들을 쏟아 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 가고 기도는 깊어 가네.

좋은글 202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