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 이준호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가슴 한쪽 깊숙한 곳에 살며시 꽃씨를 뿌려두는 일이다 언제 어떻게 필지 모르는 이름 모를 씨앗 하나를 계절 내내 가슴으로 품어 길러내는 일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어두컴컴한 밤 길을 눈을 감고 걸어가는 일이다 돌 뿌리 많은 길을 지나 웅덩이 깊은 길을 건너 돌아오지 못할 길을 손 잡고 걸어가는 일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인적 없는 강가에 모래 한 줌 길게 던져 물살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물살이 흐르고 흘러 강 건너 저편에 두고두고 여운으로 남게 하는 일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지금껏 간직해온 감정과 의지 그 반을 허물어내는 일이다 그리고는 비워진 반 틈새에 무작정 가슴을 들이밀어 나를 맡기는 일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마음 ..